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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하면? 부산 밀면!

부산 사람들은 여름에도 밀면을 먹고 겨울에도 먹는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하고,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사계절 별미 음식이다. 밀면이 부산의 음식이 된 배경에는 밀면의 독특한 맛도 있겠지만 그 역사성과 함께 추억과 아픔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진주 밀국수냉면에서 유래 되었다는 설이다. 예전부터 진주에는 멸치로 국물을 낸 밀국수냉면이 있었는데 1925년 경남 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 하면서 서부경남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밀려왔다. 그때 진주의 밀국수냉면이 부산으로 와서 밀면으로 발전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전쟁 당시 전국 각지에서 부산으로 몰려든 피난민들 중에 이북 지역 출신 사람들이 고향 음식인 냉면을 만들려다가 주재료인 메밀을 구하기 힘들자 미군의 구호품 밀가루로 당시 실정에 맞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흥남출신 이영순의 이야기가 그렇다. 1919년부터 함경남도 흥남시 내호리 내호시장에서 ‘동춘면옥’이라는 상호를 걸고 냉면을 팔다가 한국전쟁 때 1.4 후퇴로 부산 남구 우암2동에 피난을 와서 ‘내호냉면’이란 가게를 냈다. 그의 딸인 정한효 역시 냉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중 당시 미군 보급품으로 제공됐던 밀가루를 이용해 밀면을 만들었다. 1984년부터는 손자 며느리인 이춘복이 가업을 이었다. 국수에만 길들여진 남부지방 사람들에게 쫄깃하다기 보단 질기게 느껴지는 메밀면의 맛이 큰 호응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물자부족으로 메밀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지자 그나마 풍족했던 미군 지원 밀가루를 이용하여 맛을 냈던 것이다.

이렇게 밀면은 외지인들의 부산 정착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밀가루에 전분을 30% 정도 섞어 만든 밀면은 언뜻 냉면과 비슷해 보이지만 냉면보다 부드러워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었다. 1960년대 이후 부산의 인구집중과 공업화 과정 속에서 밀면은 서민들에게 값싸고 배부른 음식으로 사랑을 받게 된다. 부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밀면은 1970년대 전후로 밀면집들이 생겨나면서 대중음식으로 전성기를 맞는다. 이제 부산 밀면은 부산의 별미로 부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봐야하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부산에서 밀면집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부산 어느 동네를 가도 그 동네에 유명한 밀면집 하나는 있기 때문이다. 밀면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양념장을 풀기 전에 맑은 육수를 먼저 맛보고 식초와 겨자를 적당히 섞어 맛있게 먹으면 된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하고 또 새콤하면서도 구수한 것이 부산밀면의 매력이다. 곱게 간 밀가루와 전분을 소금물로 반죽하여 뽑은 면을 닭고기나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 뼈를 고아 낸 육수에 말아 먹는다. 밀이 주된 재료이기 때문에 자칫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육수를 낼 때 감초, 당귀, 계피 등 한약 재료를 많이 집어넣는 것이 특징이다. 

고명으로는 삶은 계란과 깨, 오이, 노른자 지단, 수육 등이 나온다. 고추장 양념의 묽기 정도에 따라 비빔밀면이 되고 물밀면이 된다. 시원하게 먹는 물밀면, 새콤달콤한 비빔밀면 외에도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온밀면도 있다. 온밀면의 고명엔 수육과 노른자 지단, 삶은 계란 그리고 잘 익은 김치가 올라가서 얼큰한 맛이 난다. 부산에는 개금밀면, 가야밀면, 해운대밀면 등 유명한 밀면집이 한두 곳이 아니지만 그 맛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식객들의 이야기꽃이 이곳에서 피어난다.


(출처:부산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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